80년대라는 시간

분류없음 | 2009/10/18 23:03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앞 헌책방을 통해서 비교적 싼 값에 살 수 있었던 일본 패션 잡지 논노를 비롯한 다양한 일본 잡지의 중고책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있어 만화와는 다른 의미로의 일본과의 접점이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겠지만 그때만 해도 여전히 해외여행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지 않았을 때이고 (심지어 학생들은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나갈 수도 없었고) 당연히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영원히 불가능해 보였을 때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그 모든 것들이 중고였다는 점이다. 물론 아주 비싼 값을 주면 그때 그때 신간도 구입할 수는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모두 중고서점에서 팔았던 것 같다. 거기다 80년대 초반에 나왔던 일본만화 불법 번역본들도 거기서 여러권을 들여왔었다. 할리퀸 로맨스도 거기서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중고서점은 정말 청소년기의 나에게 있어 꿈의 장소였다. 물론 이것도 명동에 혼자 나갈 수 있게 되면서 조금씩 그 빛을 잃었지만) 하지만 신간에서 나오는 모든 유행들은 오히려 나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것들이었다. 내가 주위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보다 너ㅜ 앞서 있었다고나 할까. 내가 익숙한 것들은 중고잡지들 속에 있었다. 참고로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것이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이니까 80년대 중반 이후 잡지가 제일 가까울 듯. 그리고 바로 이 때가 내 주위 애들이 논노를 사서 그걸 일일이 오려내서 열심히 종이로 만든 필통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던 때이기도 하다. 일본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논노에서 보여주는 온갖 사진들- 패션에서부터 잡화, 혹은 멋진 풍경에 이르기까지-을 그렇게 열렬히 오려내고 붙이면서 그들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 (부연하지면 이런 풍속은 꽤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한 듯 보인다. 강의 중에 물어보니 자기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했었다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그 중고잡지들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지금 얼핏 떠올려 보면 이런 것들이다. <연애의 유행이 바뀐다> <그와 함께 가면 좋을 드라이브 코스-요코하마> <테마파크 총정리>. 국민학교 고학년부터 <여학생>을 구독하던 내가 연예인 정보 뿐이라면서 싫어하던 <하이틴> <주니어>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 일본 중고잡지 속에서 본 세계는 그저 눈부신 세계였다. 특히 내가 좋아하던 것은 주로 팬시용품 소개 (어쩜 이렇게도 귀엽고 예쁜 것들이 가득할까!) 및 여행코스 소개 (일본에 가게 된다면 다 가봐야지)였는데, 그런 것들은 위에서 적은 그 당시 한국의 청소년 잡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즉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이다. 아마도 일본에서 폐지처리가 들어간 중고잡지들이 무더기로 수입되어 4-5년 후 이웃나라의 한 고등학생에까지 오게된 경위가 보여주는 그 기묘한 시간차 (time lag)와 그 시간차를 통해 오히려 예상치 못한 시간의 압축(몇년치를 한꺼번에 접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이 일어나는 상황, 그리고 일본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의 반감을 가지고 있던 많은 여고생들이 하나같이 그 잡지들을 이용해서 필통이라는 (여고생들이 수첩과 필기도구에 쏟는 정성은 지금이라면 중고생들이 핸드폰에 목숨거는 것에 필적, 아니 그보다 더할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과 가장 가깝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물품을 만들었다는 하나의 현상. 내게 있어 일본의 80년대는 단순한 연구대상일 뿐만 아니라 내 자신 스스로가 그 시대의 한 산물이기도 하다.

80년대를 연구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이런 개인적인 동기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듯하다.

2009/10/18 23:03 2009/10/18 23:03

우선 몇가지만

분류없음 | 2009/10/10 20:36

- 태터에서 텍스트 큐브로 오면서 여러가지로 손볼게 늘었습니다. 아쉬운대로 있는 스킨을 써봤는데 영 맘에 안들어서 새로 찾아봐야 할 것 같구요. 텍스트 메인의 블로그에 적합한 스킨이 별로 없네요. 글자 좀 작고 너무 화려하지 않은 거면 되는데 영 찾기가 힘듭니다. 이건 좀 시간을 두면서 바꿔야 할 것 같고.

-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덧글이 안달리는 오류 해결했습니다. 워낙 맘에 들어하던 예전스킨이 현재 텍스트큐브와 맞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였네요. 이젠 덧글 다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 글 쓰고 싶은 건 몇 개 있는데 쫓기는 일상이네요. 블로그에 글 남길 시간 있으면 실적용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이렇게 클 줄이야. 일단 일생에 다시 없을 일년을 무사히 넘긴 후에 생각해 보렵니다... (앞으로 5달! 5달?... 5달뿐일 것인가...orz)

2009/10/10 20:36 2009/10/10 20:36

restart?

분류없음 | 2009/10/02 20:31

놓았던 것은 없었으니 다시 시작이라는 말도 어색하고
하지만 그 사이에 한국의 블로그스피어는 또 크게 변해 있더군요.
그 사이에 일본에서는 코미케의 창립자였던 요네자와 요시히로씨, 그리고
이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나카지마 아즈사씨가 세상을 뜨셨습니다.
동인과 야오이의 제 1세대가 떠나간 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생겨날까요.

저는 그 사이에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고, 새식구가 생겼고,
어딘가에 적을 둔 비정규직 직장인도 되었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만 하고 싶은 말을 모자람없이 써나갈 수 있으면 합니다.
2009/10/02 20:31 2009/10/02 20:31

조용히 잠수중이다, 몇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을 보고 다시 부상했습니다.
야오이론 서평 곧 다 씁니다...orz 언젠가는.


1. 그 시위(...)라고 한다면 다 알고 계시겠지만.

동물보호의 문제는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 보호를 외치는 분들의 심정도 물론 이해는 갑니다만, 그것보다는 저는 뭐랄까, 그런 극단적인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혹은 극단적인 표현이랄까, 점점 더 가속화되고 극단화되는 표현의 양상이 더 관심이 가요. 예전부터 감정의 "표현"이라는 부분에서는 한국이 조금 특별한 경우긴 하다고 보거든요. 아마 그 배경에는 억울함이랄까, 이 단어 참 싫어합니다만 소위 "한"이라고 불리우는 울분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배경이 있겠지만요. 그리고 이런 관용성은 아마도 전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억울함" 이랄까, "이 죽일 놈의 세상" 이라는, 사회전반에 대한 불신이 가장 근원일텐데.

국기를 태운다던지, 화형식을 한다던지 하는 시위방식- 즉 어떤 식으로든 간에 상징적인 "사형"의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 또한, 이런 "벌받아야 할 자들"에 대한 분노를 사적인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 그를 행했던 사람들이 의도했던 것이 바로 이런 "사형당해야 할 자들"의 대리물로서의 돼지, 즉 말그대로 "능지처참"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구요.

다만- 이런 행동이 사회적으로 "상상되고" "실천될 수 있다"는 지점이 두려운 거죠. 저런 메타포 자체를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그것을 목격하게 했다는 것. 얼마전 일어났던 미국대학 총격사건도 사실은 가장 두려운 지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실천가능성"을 만들어 내버렸다는 점일 거에요. 최소한의 룰을 건너 뛰어 버리는 경험들이고, 이런 경험들이 물꼬를 터버리는 거죠. Achille Mbembe의 banality in postcolony 논의가 뛰어난 것은, 이런 경험들이 사실은 결코 특정 인종 집단의 "잔인함"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현란하게 펼쳐지는 고문의 테크놀로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가는 인간의 육체들. 식민주의를 통해 학습된 폭력은, 규율의 소멸과 함께 동시에 극단으로 치달아가죠. 인종청소와 같은 부조리한 폭력이 일어났던 시대와 장소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결코 식민주의 혹은 전체주의와 무관하지 않음이 명백해 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비난하고 규탄하는 소위 "선진국"들의 자세 또한 우스운 것이기만 하고요. 바로 그 식민주의를 만들어 냈던 것은, 혹은 그 전체주의를 방관했던 것은 과연 누구였나.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한국사회의 근저를 흐르는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것은 한국이 폭력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식민지 경험과 전쟁, 분단, 이어진 군부통치라는 극단적 경험들이 그동안 얼마나 한국인들에게 정신적인 외상을 입혀왔으며, 실제 얼마나 그런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였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는 거죠. 돼지가 아니라 실제 "인간"이 바로 그런 폭력의 대상이 되었던 시대- 지금도 과연 그런 폭력이 근절되었는가를 생각하면 그것도 그렇지는 않습니다만-가 그리 지금과 멀지 않다는 겁니다. 일상다반사였던 폭력이 그나마 저정도 퍼포먼스로 "가라앉아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타당한 걸까요? 저런 폭력이 가능하게 된 배경, 즉 지금까지 쌓여왔던 그 모든 폭력들- 얼마전 지나간 광주민중항쟁도 그렇습니다만-을 생각해 보면 소름이 끼쳐요. 그리고 이런 폭력성이 결코 그리 쉽게 사라지거나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 보다 세련되어졌으나, 보다 더 철저해진 경쟁과 피로함 속에서-이 사실은 정말 두려운 겁니다.

도대체 우리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길을 가야 하는지.

2. 웃지 못할 소식 하나랄까, 덩달아 하나 더 쓰자면.

일본에서 한참 전에 일어났던 젊은 모자 살인 사건 이야기입니다만, 행복한 한 가정이 무참하게 파괴된 사건이었죠. 특히 화제가 된 것은, 범인이 미성년소년으로, 그 범죄의 잔학성이 화제가 되었어요. 무엇보다, 일단 젊은 어머니를 목졸라 살해한 다음에 아기를 방바닥에 내리쳐서 살해하고, 그 다음에 어머니의 시체를 모욕했다(아마도 시간을 의미하는 거겠죠)는 게 엄청난 이슈가 되었지요. 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소년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고, 홀로 남은 남편은 피해자에게 아무런 정보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재의 법체제에 대해 항의하면서 스스로 매스컴을 통해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었던 것이, 이 소년이 소년원에 간 후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였어요. "적당히 사과하고 몇년 지나면 나갈테니 기다려라"라는 식의 편지를 소년이 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족인 남편이 격노, 결국은 죽은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형선고를 받게 하겠다고까지 선언하게 하죠.(일본에서 이런 식의 자기 주장은 정말 특이한 경우입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나서기 좋아한다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거든요)

그런데 엊그제, 이 소년의 변호인단이 발표한 변호내용이...

"소년이 죽은 여성을 @@한 것은, 사후에 되살아나라는 의미를 담은 의례적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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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에서도 발칵 뒤집히긴 했습니다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판을 해야할지, 말 문이 막히네요. 레이프 당한 여성들이 경찰에 고발해도, 경찰이나 수사기관의 심문과정에서 정신적인 레이프를 당하는 경우가 그렇게도 많다는데, 바로 저 경우가 그런 제 2의 레이프에 해당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사형반대론자들인 변호인단들조차, 뭐 도저히 변호할 내용이 없으니까 저런 말을 한거다 라는 식의 말도 있긴 한데-  남성중심적 사고? 그런 한 마디로 넘기기에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뒷끝이 안좋네요. "논리"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007/05/26 06:29 2007/05/26 06:29
미국에 어느새 돌아와 있는 유유입니다( -_)
이번주 주말까지 내야 할 게 하나 있는데 노느라 아무 것도 못한 상태여서 지금 사실 매우 바빠야 하는데...orz
일단 이번주 주말 이후로 모든 걸 미뤄놓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안에 이쪽 계정을 폐쇄하고 여기로 옮겨갈 예정입니다.
옮겨갈 곳은 지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통합블로그 같은 곳이에요. 예전부터 있던 문화연구 공부모임인데, 지난 연말부터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막 나가고 있는 제 블로그입니다만 그쪽으로 옮겨가는 쪽이 저에게도 그쪽에게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정했습니다. 공짜 계정이 좋아 보였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합...읍읍

그럼 일단 멈춰있는 저 야오이소설론 서평부터....ㅇ)))))))))))))rz 다음주 초반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ㅠㅠㅠㅠ
2007/02/13 00:58 2007/02/1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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